요하네스버그 친구집에서 하루 묵고는 그 친구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드라켄스버그 산맥에 위치한 로열 나탈 국립공원(Royal Natal National Park)으로 향했다. 그 유명한 앰피씨어터(Amphitheatre)의 장엄한 풍경을 보러가는 길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쪽으로 거의 네 시간을 달려야 했다. 국립공원 경내에 있는 텐델레 캠프(Thendele Camp)에 숙소를 잡았다. 전에 갔었던 디디마 리조트나 로테니 리조트와 마찬가지로 숙소도 콰줄루 야생동물국(KZN Wildlife)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과거에 영국 지배를 받은 때문인지 경치가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이런 숙소가 들어서 있다. 체크인을 하고 샬레를 배정받았다. 거실과 부엌이 따로 있었고, 트윈 침대가 있는 방이 두 개 있었다. 전반적으로 시설은 좀 낡아 보였지만 며칠 지내기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저녁이면 밖에 불을 피워 양고기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을 곁들였다. 드라켄스버그 아이콘 가운데 하나로 통하는 앰피씨어터의 전경을 눈에 담으며 친구들과 와인 한 잔 나누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이런 것이 소위 신선놀음이 아닐까 싶었다.

 

요하네스버그에 사는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로열 나탈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차창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골 풍경에도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넘쳤다.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한적한 마을도 지나치고, 여유롭게 풀을 뜯는 가축도 눈에 들어왔다.

 

텐델레 캠프에 있는 숙소 또한 풍경을 크게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텐델레 캠프에서 구한 샬레의 내부 모습

 

샬레에서도 엠피씨어터의 장엄한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밖에 설치된 그릴에 조개탄을 피워 고기를 굽고 와인 한 잔 곁들이는 여유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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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는아빠 2021.01.24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그릴 사진 한 장이 앞서 본 장면들을 다 잊게 만드네요 ㅎㅎㅎ
    역쉬 세계 어디를 가든 그릴에 구운 고기에 술 한 잔이 신선놀음의 첫 단추가 아닐까 싶네요 ㅎㅎㅎ

    • 보리올 2021.01.25 1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먹는 게 전부는 아니라 이야기하지만 여행하면서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디 있겠습니까. 웅장한 산악 풍경을 앞에 두고 친구들과 마시는 술 한 잔이 너무 좋았습니다.

 

 

대낮에 렌터카 유리창이 깨지고 배낭까지 도난당해 조금은 황망한 상태로 포트 엘리자베스(Port Elizabeth)를 떠나야 했다. 렌터카 회사에 제출할 서류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들렀다. 이것이 영어인가 싶게 발음이 무척 어려웠던 중년 여경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사건 경위를 듣더니 한 시간 걸려서 단편소설 같은 사건 보고서를 작성해 주었다. 사건 번호는 다음 날 이메일로 통보해주겠다고 하더니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내가 보기엔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이런 사건들을 일일이 접수하기 싫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우리는 경찰서에서 받은 사본을 렌터카에 제출하고 유리창 깨진 것은 해결할 수 있었다. 요하네스버그로 출발하기에 앞서 가까운 주유소에 들러 깨진 창문을 막을 방법이 없냐고 물었더니 종업원이 비닐과 테이프를 가져와 유리창을 막아주었다. 차량에 속도가 붙으면 비닐이 요란하게 펄럭이며 소리를 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잘 버텨주었다.

 

요하네스버그로 바로 올라갈까 하다가 이만한 일로 여행을 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아도 엘리펀트 국립공원(Addo Elephant National Park)으로 향했다. 포트 엘리자베스 북쪽으로 70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밀렵으로 급격하게 줄어든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193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그 당시 남아 있던 11마리가 현재는 600마리로 불어났다고 한다. 셀프 게임 드라이브(Self Game Drive)를 신청해 코끼리를 찾아 나섰다. 우리 눈에 띈 것은 쓸쓸히 혼자 초원을 거니는 코끼리 서너 마리가 전부였다. 다른 동물들도 그리 많지 않아 약간은 본전 생각이 났다. 크래독(Cradock)에 있는 B&B에서 하루 묵었다. 하지만 숙소에서 카메라 대용으로 쓰던 아이폰을 분실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하루에 불운이 연달아 겹친 것이다. 숙소 주인의 추천으로 찾아간 버펄로 댄스(Buffalo Dan’s)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시켜 기분을 풀어야 했다. 남아공은 여타 아프리카 국가완 다를 것이라 봤는데 남아공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운전을 해서 요하네스버그로 돌아왔다.

 

주유소 직원의 도움을 받아 깨진 유리창에 비닐을 대고 테이프로 감아 임시방편의 조치를 했다. 

 

남아공에서 세 번째로 큰 국립공원인 아도 엘리펀트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경내에 6백 마리의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다지만 홀로 초원을 거니는 코끼리 몇 마리만 보았을 뿐이다.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먹이를 찾아 나선 아프리카 혹멧돼지(Warthog) 암컷 

 

이 얼룩말(Burchell's Zebra)도 좌측통행을 하며 도로를 따라 홀로 걷고 있었다.

 

영양의 일종인 쿠두(Kudu) 한 무리가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왕도마뱀에 속하는 락 모니터(Rock Monitor). 다 자란 성체는 길이가 2m에 이른다고 한다.

 

어느 언덕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사자를 조심하라는 경고가 있어 내심 기대를 했지만 사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크래독에 있는 B&B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숙소 주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버펄로 댄스 레스토랑에서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먹었다.

 

블룸폰테인(Bloemfontein)으로 올라오면서 차창을 스치는 풍경에 잠시 차를 세웠다. 

 

쉬지 않고 운전해 해가 지기 전에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요하네스버그 북쪽의 고급 주택단지 안에 있는 다인펀(Dainfern) 골프장 클럽하우스의 식스(Six) 33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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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 2021.01.19 1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러 유용한 정보 잘 보고가요 :)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 따뜻한일상 & 독서 , 여행과 사진찍는 삶 :) 2021.01.19 1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프리카라는 대륙은 저에게 미지의 땅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호기심도 많고 여행을 즐겨하기에 써주신 글에 많이 공감합니다 ㅎㅎㅎㅎ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 보리올 2021.01.19 16: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운 댓글에 힘이 나네요. 아무래도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큰 맘을 먹고 가야지, 동남아처럼 쉽게 발길이 떨어지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계획 잘 세우셔서 언제 꼭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3. 파라다이스블로그 2021.01.19 16: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활한 자연이 정말 그림 같이 느껴지네요! 코로나19가 종식돼 하루빨리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시간 되시면 저희 파라다이스 그룹 블로그에도 방문 부탁드려요. :)

    • 보리올 2021.01.20 0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4. 글쓰는아빠 2021.01.19 17: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친구 분께서 여권과 여행 경비는 따로 두셨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창에 비닐을 두른 사진이.. 정말 평생 기억될 만한 경험을 하셨네요.

    • 보리올 2021.01.20 0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름답고 멋진 추억이 담긴 사진이어야 하는데 이 사진은 보면 볼수록 그 때 받은 황당함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과거 일이 되어 이젠 웃으며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요.

 

 

로버트슨(Robertson)에서 아굴라스 곶(Cape Agulhas)을 향해 남하를 시작했다. 그리 험하지 않은 산악 지형과 푸른 초원, 드넓은 농지도 지났다. 차창을 스치는 풍경은 단조로웠지만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아굴라스 곶은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해당한다. 그 이야긴 지구 상에 있는 거대한 두 바다, 즉 인도양과 대서양이 여기서 갈린다는 의미다. 아굴라스 국립공원(Agulhas National Park)이라 하던데 따로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바닷가 표지석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곤 인도양과 대서양에 손을 담가 보기도 했다. 평온한 날씨에도 해안으로 몰려오는 파도가 드셌다. 이 인근 바다는 겨울 폭풍이 몰아치면 30m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이 지역에서 침몰되거나 난파된 선박이 150여 척에 이른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1848년 이곳에 등대를 세운 것도 그 때문이었다. 27m 높이의 등대는 현재 박물관과 식당으로 쓰이고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등대 위로 올라 더 넓은 바다를 눈에 담았다.

 

이제부턴 가든 루트(Garden Route)를 달린다. 하이델버그(Heidelberg)에서 스톰스 강(Storms River)까지 이어지는 300km의 해안도로에 크고 작은 마을과 바다, 해변이 연이어 나타났다. 아름다운 풍경이 잇달아 나타난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지만, 솔직히 눈에 띄는 풍경은 그리 많지 않았다. N2 고속도로를 줄곧 달렸다. 그래도 기억에 남은 것은 몇 가지 있다. 희망봉을 발견한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1488년에 상륙했다는 모셀 베이(Mossel Bay)에선 잠시 차를 세우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딩기 보트(Dinghy Boat)를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석호와 바다가 어울려 경치가 괜찮았던 나이즈나(Knysna)의 워터프론트는 제법 번화했고 사람도 많았다. 마침 여고생들의 수구(Water Polo) 경기가 열리고 있어 공짜로 구경도 했다. 스톰스 강에 이르기 전에 잠시 네이처스 밸리 비치(Natures Valley Beach)에도 다녀왔다. 언젠가 도전하려고 맘 먹고 있는 오터 트레일(Otter Trail)이 여기서 끝나기 때문이다. 포트 엘리자베스(Port Elizabeth) 도심에 들어갔다가 도둑을 만나 렌터카 유리창이 깨지고 친구 배낭을 도난당하는 사건도 겪었다.

 

아굴라스 곶을 향해 R317 도로를 타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을 두 시간 넘게 달렸다.

 

아굴라스 곶은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해당되어 인도양과 대서양이 나뉘는 곳으로 유명하다.

 

선박 난파를 막기 위해 아굴라스 곶에 세워진 등대에 올라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았다.

 

어떤 사람은 모셀 베이를 가든 루트의 시발점으로 보기도 한다. 딩기 보트가 떠있는 바다 풍경이 여유로워 보였다. 

 

바다가 내륙 깊이 파고든 나이즈나는 인구 85,000명을 가진 도시로, 가든 루트에선 꽤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통했다.

 

도중 히룻밤을 묵은 플레턴버그 베이(Plettenberg Bay)의 레드번 로지(Red Bourne Lodge). 

 

플레턴버그 베이를 빠져나오다가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와 잠시 차를 세웠다.

 

N2에서 벗어나 R102 도로를 타고 네이처스 밸리 비치로 내려섰다. 치치캄마 국립공원(Tsitsikamma National Park)의 서쪽 끝에 위치한다.

 

이스턴 케이프(Eastern Cape)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트 엘리자베스의 시청사 건물

 

포트 엘리자베스 시청사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10분도 안 되어 유리창이 깨지고 배낭을 도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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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장언니 2021.01.14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다운 바다와 파도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도난당한 배낭은 찿으셨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멋진 사진 잘 봤습니다

    • 보리올 2021.01.15 1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고맙습니다. 배낭은 찾지 못 했습니다. 두 녀석이 배낭을 들고 골목길로 튀는 것을 보곤 뒤를 쫓았지만 우범 지역이라 더 이상은 위험해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2. 람쥐s 2021.01.14 14: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 못가서 답답했는데 이렇게 멋진 사진보니
    머리식히기 딱 좋아용!!
    요즘들어 남아공 여행가고싶은마음이 엄청 커지네요 ㅠㅠ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 보리올 2021.01.15 18: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코로나 때문에 해외 여행길이 막혀 갑갑하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날이 있으리란 것을 예상도 못 했죠. 조금만 더 버티시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화이팅 하십시요.

  3. 글쓰는아빠 2021.01.14 15: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배낭 안에 중요 소지품들 들어 있지는 않았나요??
    여고생들 수구 게임 보고 유유자적하던 값으로는 너무 비싼데...

    • 보리올 2021.01.15 18: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료로 수구 게임을 본 대가치고는 너무 컸죠? 그 배낭엔 패딩과 옷, 서류, 약간의 비상금이 있었습니다. 여권과 여행 경비는 친구가 따로 보관을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4. 성실한앨리스 2021.01.14 2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경관이 끝내주네요!! 도둑 맞으셨는데 굉장히 태연해보이셔가지고 ^^
    더 좋은 일들이 벌어지려고 일어난 일이라고 해석하신 걸로 추측해보아용
    아프리카를 한번도 가본 적 없어서 후진국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전혀 아니네요.
    굉장히 멋진 곳이라는 것을 사진으로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하고 가용 다음 글 또 구경하러 놀러올게요!!!
    평안한 밤 되셔용

    • 보리올 2021.01.15 1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 후진국을 면치 못 하고 있지만 남아공은 예외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흑인 정부가 들어선 후 빈부격차가 커져 요즘은 사회가 좀 시끄럽긴 합니다. 이미 잃어버린 배낭을 가지고 길게 쓰기가 그래서 쿨하게 적었습니다.

  5. gracenmose 2021.01.15 1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치가 너무 멋있습니다.
    감탄하면서 글 내리는데, 마지막 사진.... ㅠㅠ
    어찌 해결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다음 내용도 기대됩니다.

    • 보리올 2021.01.15 1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경찰서로 가서 확인서를 받는데도 해프닝이 있었죠. 눈치를 보아하니 사건으로 접수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그래도 렌트카 용으로 소설 같은 사건보고서를 받기는 했습니다.

 

와인 산지로서 남아공은 신세계로 분류하지만 남아공 와인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케이프타운(Cape Town)에 도시를 건설한 얀 반 리벡(Jan van Riebeeck)1659년에 처음으로 와인을 생산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프랑스에서 쫓겨난 위그노파 신도들에 의해 기술이 전수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최근엔 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아 해외 수출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케이프타운 주변에 13개의 와인 산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스텔런보시(Stellenbosch)와 팔(Paarl), 프랑슈후크(Franschhoek), 서머셋 웨스트(Somerset West), 웰링턴(Wellington)을 통틀어 와인랜즈(Winelands)라 부른다.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여기저기 포도밭이 들어서 있고, 그 안에 하얀 벽과 간결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케이프 더치(Cape Dutch) 방식의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어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웰링턴에 있는 게스트 팜(Guest Farm)에서 하루 묵었기 때문에 거기서 멀지 않은 팔의 KWV, 즉 와인 생산자 협동조합부터 찾았다. 와인 농가들이 참여한 조합으로 1918년에 설립되었다. 투어에 참가해 1시간 넘게 와인 생산 시설을 살펴보고 와인 네 종에 브랜디까지 시음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와인 저장고도 보았고, 와인을 숙성하는 오크 배럴이 멋진 조각품으로 변신한 캐시드럴 셀러(Cathedral Cellar)도 들렀다. 3m 지름에 제각각 다른 조각을 뽐내는 오크통이 32개나 도열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여기서 꽤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아이폰 분실과 함께 사라져 아쉽기만 하다. 역시 팔에 있는 니더버그(Nederburg)를 다음 행선지로 택했다. 남아공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꽤 인지도가 있는 곳으로 1791년부터 와인을 생산했다. 케이프 더치 양식의 건물이 인상적이었지만, 시음 와인 네 종은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시간이 늦어져 팔에서 점심까지 해결했다. 언더 오크스(Under Oaks) 와이너리에 있는 피자 레스토랑에서 피자 한 판을 시켜 와인과 함께 먹었다. 숙소 여주인이 추천한 곳인데, 야외 테이블에 호수가 보이는 전경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와인랜즈의 중심은 스텔런보시라 할 수 있다. 남아공에서 케이프타운에 이어 두 번째로 역사가 오래된 도시다. 스텔런보시에만 130개 와이너리가 있다고 하지만, 러스트 엔 브레데(Rust en Vrede)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1694년부터 와인을 생산해 역사도 오래 되었고, 다른 곳에 비해 시설도 고급스러우며 와인평도 좋았다. 1993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기념 만찬에서 이곳 와인이 서빙되었다고 한다. 포도밭에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쉬라(Syrah) 등 세 종의 포도가 자라는데, 그것으로 바디감이 높은 레드 와인만 생산한다. 와인 시음은 싱글 빈야드 테이스팅(Single Vineyard Tasting)으로 했다. 1인당 120랜드로 다른 곳보단 좀 비쌌다. 시음으로 나온 레드 와인 네 종 모두 괜찮았는데, 까베르네 소비뇽과 쉬라를 섞은 1694 클래시피케이션(1694 Classification)이 그 중 더 맛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판매가가 한 병에 200불 가까이 되었다. 이 와이너리 지하 저장고에는 와인 선진국에서 만든 고급 와인을 직접 테이스팅하고 빈 병을 벽면에 쭉 진열해 놓은 것도 내겐 퍽 인상적이었다.

 

 

 

 

 

팔에 있는 KWV 협동조합. 와인 종류가 엄청 많지만 브랜디나 세리도 생산한다.

여기서 여행 중에 마실 와인을 몇 병 구입했다.

 

 

 

 

해외 수출도 많이 하는 니더버그 와이너리는 케이프 더치 양식의 건물들이 무척 낭만적이었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으러 갔던 언더 오크스 피자 식당. 와이너리 안에 있는 호숫가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숙소 여주인의 추천으로 웰링턴에 있는 디머스폰테인(Diemersfontein)을 찾았지만 와인은 별 특징이 없어 보였다.

 

 

 

 

 

남아공 와이너리의 품격과 와인 테이스팅의 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 스텔런보시의 러스트 엔 브레데.

귀국시 선물용 와인은 여기서 구입했다.

 

 

 

 

 

로버트슨(Robertson)에서 하루를 더 묵게 되어 숙소 주인의 추천으로 봉 꾸라즈(Bon Courage) 와이너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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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는아빠 2021.01.09 1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아공의 와인도 그럼 식민의 역사, 이주의 문화 중 하나로 오늘까지 온 것인가 보군요.
    볼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것과 만나는 기분입니다ㅎ
    와인의 산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 세월이었네요.

    • 보리올 2021.01.10 1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인이란 술이 유럽에서 왔으니 남아공 와인 역시 유럽인의 이주와 궤를 같이 했다고 봐야죠. 역사가 꽤 됩니다. 와이너리 운영도 대부분 백인들이 하더군요.

 

남아공은 특이하게도 수도가 세 개로 나뉜다. 흔히 요하네스버그를 수도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행정수도는 프리토리아(Pretoria), 입법수도는 우리가 이번에 방문한 케이프타운(Cape Town), 사법수도는 블룸폰테인(Bloemfontein)이다.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의 최대 도시일 뿐이고, 케이프타운이 그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남아공 남서쪽 끝단에 자리잡은 케이프타운은 1652년 얀 반 리벡(Jan van Riebeeck)이란 사람이 여기에 상륙해 케이프 식민지를 건설하고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보급기지로 삼은 것이 도시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이 지역으로 유럽인 이주가 많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현재도 백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요하네스버그와 비교하면 치안도 훨씬 안전하다. 인구는 광역으로 치면 4백만 명에 가깝다.

 

희망봉에서 케이프타운으로 올라와 가장 먼저 이 도시의 상징적 존재인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으로 향했다. 테이블 마운틴은 산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정상은 해발 1,087m로 그리 높지는 않다. 하지만 케이프타운에서 바라보면 그 산세가 우람하기 짝이 없다. 테이블이란 이름을 쓴 것은 정상 부위가 식탁처럼 평평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정상까지는 걸어 오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관광객답게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정상은 상당히 넓었다. 카페와 기념품가게도 있고, 가장자리를 따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었다. 두 시간 가까이 걸어 다니며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곳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사방으로 펼쳐진 파노라마 조망을 즐길 수 있었다. 케이프타운이 눈 아래 펼쳐지고, 저 멀리 케이프 반도도 한 눈에 들어왔다.

 

산에서 내려와 워터프론트(Waterfront)를 찾았다. 여기서 바라보는 테이블 마운틴의 위풍당당한 면모가 더 장관이었다. 워터프론트 지역은 테이블 베이(Table Bay)에 면해 있는 항구로, 19세기에 세워진 건물을 개축한 호텔과 레스토랑, 쇼핑센터가 모여 있는 관광 명소다. 케이프타운은 백인이 많이 사는 도시라 워터프론트에도 백인들이 무척 많았다. 치안도 다른 지역에 비해선 좋아 보였다. 눈을 들면 테이블 마운틴이 바라다 보이고 그 반대편으론 항구와 선착장이 펼쳐져 관광지로서는 매력적인 조건을 갖췄다. 붐비는 인파를 헤치며 바닷가 산책에 나섰다. 테이블 마운틴이 보이는 곳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포토존을 설치해 놓은 곳이 많았다. 빨간 벽으로 장식한 시계탑(Clock Tower)와 그 옆에 있는 스윙 브리지(Swing Bridge) 주변이 아무래도 볼거리가 많았다. 앰피씨어터(Amphitheatre) 앞에선 20여 명의 원주민들이 무리를 지어 노래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인 테이블 마운틴 정상으로 올랐다.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는 음식을 파는 카페와 기념품가게도 있었다.

 

 

 

평평하게 생긴 테이블 마운틴 정상엔 산책로 세 개를 만들어 놓아 서로 다른 조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워터프론트에서 테이블 마운틴의 위용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시계탑과 스윙 브리지가 있는 지역이 워터프론트의 중심지답게 사람들 왕래가 많았다.

 

1806년부터 매일 정오에 대포를 발사해 시각을 알린다는 눈건(Noon Gun)이 있는 시그널 힐(Signal Hill)이 눈에 들어왔다.

 

 

스윙 브리지를 건너 레스토랑과 바, 기념품가게, 공예품점이 있는 거리를 거닐었다.

 

흑인 원주민 20여 명으로 구성된 한 무리의 공연팀이 춤과 노래로 거리 공연을 펼쳤다.

 

 

노벨 스퀘어(Nobel Square) 옆에 음식을 파는 푸드 마켓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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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는아빠 2021.01.04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입법수도, 행정수도, 사법수도 다 다른 거군요. 전 왜 당연히 케이프타운일 거라 생각한 걸까요ㅎ
    포스팅을 볼 때마다 무식이 치유(?)되는 기분이네요ㅎㅎ

    • 보리올 2021.01.04 1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식이 치유된다니 과분한 칭찬입니다. 솔직히 남아공의 수도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제 아셨으니 누구보다도 빠른 셈입니다.

  2. 유량자 2021.01.04 2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아공 정말 매력있는 나라네요,
    전혀 생각해본적 없던 나라인데
    치안만 좋다면 꼭 한번 가봐야 겠네요

    • 보리올 2021.01.06 12: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답지 않은 나라라고 합니다. 대도시의 치안은 좀 그렇지만 밖으로 나가면 그런 것도 느끼기 힘듭니다. 시간되시면 언제 한번 다녀오시죠.